“실전 싸움에서 정말 통하는 무술이 있을까?”
이 물음에 평생을 걸고 답해온 이들이 있다. 바로 브라질 그레이시 가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Gracie Jiu-Jitsu in Action』. 이 영상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다. 격투기의 역사, 브라질의 스포츠 문화, 그리고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는 믿음의 산 증거다.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다큐멘터리
최근 MMA나 BJJ 다큐멘터리는 세련된 편집과 음악, 인터뷰로 꽤나 “예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Gracie Jiu-Jitsu in Action』은 그런 장식 없이, 투박하고 진솔하다. VHS 시절의 질감, 해설자의 느긋하지만 확신에 찬 내레이션, 흑백으로 남아있는 전설의 경기들… 마치 과거 무술 잡지 뒷면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주문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자극한다.
엘리오 그레이시, 그리고 영웅의 시대
영상은 엘리오 그레이시(Helio Gracie)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40파운드의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그는 20년 이상 브라질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무제한 라운드, 무제한 시간, 규정도 불분명한 싸움들 속에서, 그는 거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수련한 기술이 통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특히 3시간 45분 동안 이어졌던 불멸의 경기, 그리고 무려 80파운드나 더 나가던 일본 챔피언 ‘김우라’와의 대결은 브라질리안 주짓수가 왜 실전 무술로서 가치를 지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김우라는 “3분을 버티면 엘리오의 승리로 인정하겠다”고 했고, 실제 경기에서는 무려 13분을 싸우며 그의 실력을 인정하게 된다.
주짓수의 철학: ‘클린치 이후’를 지배하는 기술
다큐에서 강조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실제 싸움은 결국 바닥에서 끝난다.”
화려한 킥, 무차별적인 펀치, 태권도식 점프 기술은 현란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불안정하다. 상대가 거구든, 스트라이커든, 주짓수 수련자는 ‘클린치 후의 상황’을 대비한다. 목을 조르고, 팔을 꺾고, 상대를 제압하되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이는 단순히 ‘이기는 무술’을 넘어서, ‘통제하는 기술’로서의 주짓수를 보여준다.
이긴다는 것, 그리고 지키는 것
다큐 후반에는 그레이시 가문 형제들이 킥복서, 복서, 레슬러 등 다양한 스타일과의 실전 같은 경기를 펼친다. 이들 중에는 본인 체급보다 100파운드 이상 무거운 상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같았다. ‘제압’ 그리고 ‘서브미션’.
이들은 상대를 때려눕히기보다,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어떤 싸움에서는 상대를 조르며 “가짜로 기절한 척하는 걸지도 몰라”라고 말하고, 상대가 진짜로 의식을 잃은 걸 확인한 후에야 손을 뗀다. 그 안에는 ‘싸움’이 아닌 ‘책임’을 지는 무도가의 자세가 담겨 있다.
무술의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
『Gracie Jiu-Jitsu in Action』은 MMA 팬이든, BJJ 수련생이든, 혹은 그냥 ‘진짜 싸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정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투박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진짜가 담겨 있다. 실전, 역사, 전통, 그리고 철학.
“주짓수는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기기 위한 무술이다.”
엘리오 그레이시의 이 말은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진실을 여실히 증명한다.